딸 용화(容華)가 부인들과 어울려 울릉도에 여행 간다는 말을 듣고, 지운은 몇 년간 못 가본 울릉도가 생각났다. “향나무를 소본(小本)이라도 2, 3주 보내주시면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편지에 썼다(1984.5.15.). 지운이 향나무 두세 개를 구하고자 한 것은 정원에 심어 자라는 향나무를 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잘 키워서 주변에 교유하는 분들에게 보내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지운은 울릉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울릉도 절벽에 바람 맞으며 자라던 오래된 향나무가 생각났을 것이다. 김명환과 대화 중, 지운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내가 배를 타고 울릉도에 가 보니 배 타는 곳 옆 산 꼭대기 절벽에 향나무가 있어, 아주 오래된 향나무가 있어. 그곳 사람들이 이천 오백 년 묵은 것이라 했어! 참 신기하더구먼, 바위 절벽에 붙어서 살고 있어. 향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말하는데, 이천 오백 년 살았어. 그때 그 향나무를 한참 보는데 이 시(詩)가 나오더구먼 ‘고, 고, 고, 고(古枯孤高)’라고 지었어.“
김명환이 그 뜻을 묻자
“그려!, 옛 오래된 나무가 외롭게 높은데 있다는 뜻이여.” 라고 말씀했다.
울릉도 향나무는 2,50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척박한 절벽에서,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서 있지만 그 존재가 당당했다. 지운은 향나무에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古枯孤高’라는 시를 짓는다. 향나무를 빌려 ‘세월에 깎이고 쇠해도 품격을 잃지 않는 존재’, 마침내 풍진 세월을 견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시를 지운 자신을 빗댄 시라고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