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8년의 사진이니 100년은 됨직한 사진이다. 이곳은 마을 옆으로 동진강이 흐르는 부안군 백산면 원천마을이다. 이들 형제 자매에게는 어렸을 때 찍은 유일한 사진이기도 하다. 지운 김철수 선생(1893~1986)의 자녀들 사진인데, 첫째인 금남이 없는 것은 외지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밑의 왼쪽부터 용선, 용덕, 용일, 뒤는 용화이다. 사진을 100년 정도로 보는 것은 가장 나이가 어린 용덕(1924년생)을 너 댓살로 봐서이다.
평화로운 아이들
이 사진을 어떻게 해서 찍었느냐고 용화 할머니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불러서 갔더니 사진을 찍으라 해서 그냥 찍었지.” 그러고 보니 미리 준비해서 찍기 보다는 학교 다닐 때 입은 옷 그대로이고 용화의 머리도 흩어져 있다. 당시 이들 중 용일은 백산공립보통학교를, 용화는 화호리공립보통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용선의 졸업장이 남아 있지 않지만 아마도 백산공립보통학교를 동생 용일과 함께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동네를 찾은 사진사
1920년대 말에 농촌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1. 읍내나 인근 도시의 사진관을 방문 하거나 2,농촌을 찾아오는 사진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장비를 등에 지거나 자전거나 달구지에 싣고 다니는 사진사들은 시골에서 귀하게 대우를 받았고 사진 값도 상당했다. 농촌에서는 결혼이나 회갑 등 큰 잔치에나 사진사를 부를 수 있었다. 위 사진을 집 마당에서 찍은 것을 보면 동네를 찾아온 사진사의 사진일 것이다. 순회 사진사인지, 이 집안에서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오래 된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귀하다. 이처럼 순진한 아이들이 앞으로 겪을 한국 사회의 격변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