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은 양원모, 오른쪽은 김철수-창경원에서 1968년
두 노인
두 노인은 서로를 생각하고 챙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유학을 함께 했고, 세상을 바꾸고자 고민도 나누고 의기투합하여 행동도 했다. 한 사람은 독립운동으로 감옥살이를 감내했고 다른 이는 동아일보에 근무하면서 신문을 통해 독립의 불꽃을 살리고자 했다. 서로는 다른 곳에서 일했지만, 희망을 얘기하며 모진 고문을 감내했고 일본의 신문 탄압에는 정간과 폐간으로 맞서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자주 만나고 여행도 함께 했다. 90이 가까워 오니 이젠 기력도 쇠하고 건강을 걱정하며 친구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
김철수(金錣洙)와 양원모(梁源模) 얘기이다. 양원모는 김철수와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과 동창이고 일본 유학 시절 신아동맹당 활동을 했다. 1921년 부터는 동아일보에서 줄곧 근무했다. 1950년대 부터는 김철수가 서울에 가는 경우에 친구인 양원모의 집에서 숙식을 많이 했다.
종달새와 고양이
오늘 소개하는 편지는 1970년대 말 정도로 추정되며 양원모(호-曙峰)가 김철수에게 보낸 편지이다. 지운(遲耘)이 종달새 두 마리를 서봉(曙峰)에게 보내서 잘 키우고 있는데, 한 마리는 울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지운은 ‘종달새 할아버지’로 알려질 정도로 종달새를 잘 키웠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종달새를 보냈다. 가난한 지운이 줄 수 있는 것이 뭐 있겠는가. 정성 들여 키운 종달새는 그가 소유하고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지운의 종달새는 맑은 울음으로 주인의 하루를 깨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의 안부를 전했다.

지운은 친구 서봉에게 괴양이(고양이)를 한 마리 부탁한다. 서봉이 지운에게 보낼 고양이를 구했는데 아주 예쁘게 생기고 거기다가 재롱까지 잘 부렸다. 이 고양이를 언제 보내고 지운이 어떻게 키웠는지는 알 수 없다. 지운이 고양이를 부탁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가 강아지 등 애완동물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으니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운 것 같지는 않다. 지운이 살던 산속 외딴 토담집에 필요했기 때문인데, 지붕이나 벽을 뚫고 들락거리는 쥐 때문에 잠자리가 쉽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지운은 겨울에도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잤는데, 몸으로 달려드는 쥐를 막기 위함이었다는 얘기를 남겼다.
두 분은 1893년에 태어나서 같은 해인 1986년에 유명을 달리한다. 돌아가셔서도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잠자리 걱정 없는 곳에서 종달새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지낼 것만 같다.